이직하며 느낀 2020년 1/4분기 개발자 채용 과정

2019년 말 퇴사 후, 3개월간 휴식과 함께 이직 준비를 하면서 느낀 2020년 1/4분기 개발자 채용 과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는 프론트엔드 경력직으로 구직 활동을 한 터라 경력/직군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개인 경험에 의거한 주관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것일 뿐 옳고 그름의 주장이나 설득을 위한 글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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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휴식을 취하다 설 연휴 이후 2월부터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을 시작했는데,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했다. 구직 활동 초기에는 별다른 특이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3월로 넘어가면서 전반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보통 길어도 2주를 넘기지 않던 전형별 프로세스가 심하면 한 달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생겼다. (채용이 확정되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답변이 없는 회사도 있다. 심지어 여러 군데다.) 시장 위축, 재택근무 도입으로 인한 과도기, 대면면접을 대체할 방안 강구 등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어찌됐든 채용 시장도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진행중인 채용을 취소하는 사례들도 종종 보이는데, 아마 당분간은 채용 시장이 계속 얼어붙어 있지 않을까 싶다.


서류전형

지원자격에 N년차 이상의 경력 (또는 그에 준하는 실력) 등의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조직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확실히 다른듯 하다. 조건에 부합하는 연차가 되지 않았더라도 경력에 따라 일단 검증을 해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고, 연차 자체를 필수조건으로 보는 조직도 있었다.

둘 모두 해당 조직의 경험적 판단일 테지만, 아무래도 지원자 입장에서는 전자의 경우가 폭넓은 기회가 주어지니 좋긴 하다. 전자가 후자보단 더 채용이 시급한 경우일 수도 있겠다.


과제/코딩테스트

요즘은 과제나 코딩테스트를 안하는 기업을 찾기가 더 힘들다. 바로 면접을 보는 경우는 채용이 정말 시급하거나, 면접에서 지원자를 검증해낼 자신이 있는 경우일 것이다.

신입, 첫 번째 이직, 그리고 이번 구직 활동을 비교해 봤을때 가장 큰 차이는 코딩테스트 대신 과제를 내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실무와 얼마만큼 연관성이 있느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항상 갑론을박이 치열한 주제인데, 일단 기존 코딩테스트의 변별력에 의문을 느끼는 기업들이 많아진 느낌이긴 하다.

코딩테스트를 진행하는 기업도 난이도별 알고리즘 문제들로만 구성하기보단, 모르면 좀 민망할 수준의 기본적인 알고리즘(또는 자료구조 구현)과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이해도를 보는 문제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보다 경력직 코딩테스트 난이도가 대체로 더 낮음을 감안해도 2~3년전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과제의 경우 넉넉히 2주이상 주는 기업부터 24시간 이내에 제출하라는 기업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는데, 대체로 구현 난이도가 높기 보단 해당 기술을 얼마나 이해하고 사용하는지, 과제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설계 이유는 무엇인지 보려는 느낌이 강한 과제들이었다. 코딩테스트가 지원자의 기본 실력, 잠재력 등을 보기 위함이라면 과제는 실무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보였다.


면접

이번에 구직활동을 하며 느낀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는 면접을 보면서 불쾌한 경험을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 조율, 면접 진행 등 일련의 과정이 대체로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었다. 필자가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지원자도 면접을 통해 회사를 평가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과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면접 형식도 코로나 여파로 인해 대면면접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전화면접, 화상면접 등이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면면접과 비교해 거의 5:5가 될 정도로 대면면접 비율이 줄었다. (아마 당분간은 갈수록 더 줄지 않을까 싶다.) 대면면접에서도 면접관과 지원자가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종종 있었다. 😂

개인적으론 대면면접을 선호하긴 한다. 직접 대면해야지 느낄 수 있는 현장의 분위기도 있고, 화상면접의 경우 편하게 보라지만 지원자 입장에서 방안이나 거실에서 진행하기에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 스터디룸 예약과 같은 부대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지원자 입장에서 그래도 기업에 아쉬운 점

과거에 비해 채용 과정에서의 경험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지만(사실 과거보단 당연히 좋아져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들은 있었다.

이번에 과제나 면접을 진행하면서 과제비나 면접비 조의 무언가를 제공한 기업이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필자는 퇴사 후 이직이라 시간이 많기라도 했지, 보통 회사를 다니면서 힘들게 이직 준비를 하는데 지원자가 소비한 시간과 연차를 보상받는 길은 아직도 먼 듯 하다. 그렇다고 과제나 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준 기업도 역시나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

금전적 보상까진 아니어도 전형에 대한 간단한 피드백이라도 줘야 최소한의 상호존중이 이루어지는거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기업이 갑, 지원자가 을이라는 인식이 가장 깊게 박혀있다고 생각한다. 압박면접이랍시고 면접에서 지원자를 괴롭히는 것만이 갑질이 아닐 것이다.

별다른 이유없이 전형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기업들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을 감안해도 너무 더뎌서 문의하면 아예 답이 없거나 확인중이라는 매크로 답변만 달리는 기업들이 더러 있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여러 지원자 중에 각을 재고 있는 케이스인데, 그럴거면 최소한 공고 후 얼마 이내에 결과를 알려드립니다와 같은 문구는 삭제함이 옳다. 지원자도 마찬가지로 여러 기업을 놓고 각을 재고 있는데 정보가 일방적인건 불공평하다. 😅

이건 아쉬운 점이라기 보단 걱정(?)되는 점인데, 채용 시 지원자 검증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기업들도 있었다. 과제나 코딩테스트로 별다른 검증도 하지 않았는데 기술면접도 1:1 혹은 해당 직군 실무자없이 진행한다던지, 면접때 손코딩 문제를 준 후 리뷰를 하면서 면접관은 정작 문제에 대한 고민을 안해 질답이 원활하지 못하다던지, 직군 상관없이 동일한 풀스택 과제나 알고리즘만 도배한 코딩테스트를 본다던지 하는 식이다.

지원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사자 입장에선 좀 더 수월하겠지만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과연 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지, 서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치며..

두서없이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혹자는 어차피 될놈될 안될안이라고도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인해 평소보다 채용 시장이 경직된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여 기록용 목적도 있지만 현재 구직 활동 중이거나 준비 중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마침 이 시기에 구직 활동을 했던 경험으로 담담하게 적어보았다. 절대적 사실이 아닌 개인 경험에 기반한 주관적인 글이니 상황별로 참고만 하시기를 재차 밝히며 글을 마친다. 🙂